靑松 건강칼럼 (823)... 탈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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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RW 뉴스 작성일21-11-11 08:35본문
탈모증(脫毛症)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기상학적으로는 보통 9-11월을 가을(autumn)이라고 하나, 천문학적으로는 추분(秋分, 9월 23일경)부터 동지(冬至, 12월 21일경)까지를 말하고, 24절기상으로는 입추(立秋, 8월 8일경)부터 입동(立冬, 11월 8일경) 사이를 일컫는다. 단풍(丹楓)은 9월 말에 시작하여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또한 가을의 상징은 수확(收穫)의 계절로 거두어들일 풍성한 것들이 우리 곁에 다가온다.
한편 가을은 탈모(脫毛)가 악화되기 쉬운 계절이다. 습도가 낮고 기온 차가 커지면 모낭(毛囊) 세포가 활발히 활동하지 못해 모발 성장 주기가 변한다. 또한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두피(頭皮)의 유·수분 밸런스가 무너져 탈모의 원인이 된다. 환절기에는 모발의 성장이 완전히 멈춘 휴지기(休止期) 모발 비율이 증가하면서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급성 탈모에 시달릴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身體髮膚受之父母(신체발부수지부모)’라 하여 모발(毛髮)을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신체의 일부로 소중히 여겨왔다. 또한 두발(頭髮)을 존엄과 긍지의 상징으로 삼아왔다. 이에 성인이 되면 남녀가 모두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거나 쪽을 찌는 관습이 있었고, 친상(親喪)을 당하면 머리를 풀어 근신의 뜻을 표하였다.
탈모(alopecia)란 빠지는 머리털이 새로 나는 머리털보다 많거나 두피가 드러날 정도로 모발이 빠진 경우를 말한다. 즉 비정상적으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 머리숱이 적어지거나, 부분적으로 많이 빠져 대머리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성모(굵고 검은 머리털)가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인은 평균 약 10만 50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있으며, 하루에 50-100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으로 본다. 서양인의 금발(金髮)인 경우에는 모발이 가늘고 밀도가 높아 약 14만개의 머리카락이 있다. 인간의 머리카락은 1일 0.35mm 정도 자라며, 머리카락의 표면에는 비늘 같은 무수한 표면가죽인 큐티클(cuticle)이 붙어있다. 큐티클은 머리카락 내부를 보호한다.
탈모로 인하여 야기되는 상태를 탈모증(脫毛症)이라 한다. 두피에 뚜렷한 변화 없이 머리카락이 진행성으로 빠지는 탈모는 안드로겐(androgen)탈모증, 원형(圓形)탈모증, 휴지기(休止期)탈모증 등이 가장 흔하다. 탈모 종류에 따라 치료법 또한 달라지므로 탈모 치료에서는 정확한 진단과 원인 감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모는 임상적으로 흉터가 형성되는 것과 형성되지 않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흉터가 형성되는 탈모는 모낭이 파괴되므로 모발이 재생되지 않으나 흉터가 형성되지 않는 탈모는 모낭이 유지되므로 증상이 사라진 후에 모발이 재생된다.
탈모는 크게 급성과 만성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급성 변화는 평소와 다르게 머리가 많이 빠지거나 특정 부위의 털이 없어지는 증상이다. 만성적 변화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 같지는 않으나 머리카락이 서서히 가늘어지거나 밀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경과는 남성형 탈모의 경우 탈모의 진행 속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대머리가 이른 나이에 빨리 시작된 경우 심한 대머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원형 탈모반은 치료가 잘 되지만 재발하는 경우도 있고, 온머리 탈모증(전두탈모증)이나 전신 탈모증의 경우에는 치료가 쉽지 않다. 휴지기 탈모는 가역적인 질환으로 원인이 제거되면 6-12개월에 걸쳐 서서히 회복된다.
안드로겐탈모증(脫毛症)이란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서 머리의 앞쪽과 정수리에 존재하는 털뿌리에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활성이 높아져서 생기는 탈모를 말한다. 남성에서는 남성형탈모, 여성에서는 여성형탈모라고 불리기도 한다. 남성형 탈모증의 발생은 유전적 원인과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 중요한 인자이며, 여성형 탈모에서도 일부는 남성형 탈모와 같은 경로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임상적으로 그 양상에 차이가 있다.
국내 50대 남성의 경우 세 명 중 한 명꼴로 안드로겐탈모증이 나타나므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여성에서도 비교적 흔하며, 여성 몸에도 안드로겐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슷한 기전으로 탈모가 진행된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과 달리 앞머리선에는 큰 변화 없이 정수리 쪽의 모발이 점진적으로 가늘어지고 밀도가 떨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여성 탈모는 여러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월경(月經)이나 임신, 출산, 폐경(閉經) 등으로 호르몬 변화가 심해 외부의 자극에 민감해지면서 탈모를 유발하기 쉽다. 특히 폐경 이후 더 자주, 급격히 발생할 수 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이 여성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원형탈모증(圓形脫毛症)은 자가 면역질환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나 감기 몸살 같은 급성질환 이후 몸에 면역학적 변화가 생기는 자가면역반응에 의해 머리털의 뿌리 부분이 손상을 받아 발생한다. 원래 면역세포는 외부 병원체나 암세포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면역에 이상이 생기면 머리털 뿌리 부분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머리카락이 자라지 못하고 갑자기 끊어지는 현상이 머리의 특정 부위에서 발생하므로 동전 모양으로 탈모가 시작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