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현대인은 누구나 정신질환을 하나는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신질환이 매우 흔하다. 성인 중 거의 절반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정신질환의 증상을 경험한다. 정신질환의 시작이라고 해도 무방한 불면증(不眠症, Insomnia)은 주변에 못 보는 경우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선진국 국민들을 기준으로 4명 중 1명이 평생 우울증(憂鬱症, Depressive disorder)에 한 번 정도는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정신질환이 더 많이 발병한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수는 이미 100만명을 넘어 2022년에 100만744명으로 조사되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수는 훨씬 많다고 본다. 열 명 중 한 명이 우울증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우울증 치료율은 11%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이는 ‘우울증은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걸린다’는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이 우울증 환자들을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1학년 여학생(8세)을 흉기인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교사는 범행 후 자신의 목과 팔을 찔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과거 학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우는 있었지만 교사가 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건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아이 학교 보내기도 겁나는 세상이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 오후 6시쯤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서 이 학교 1학년 여학생이 칼에 찔린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18분쯤 ‘아이가 사라졌다’는 부모의 신고를 받고 학교에 출동하여 학교 관계자와 교내를 수색한 끝에 시창각실 창고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A양을 발견하여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졌다. 창고에서 이 학교 여교사 B씨도 발견됐다. B씨는 팔과 목이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B씨가 A양을 살해한 뒤 자해(自害)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살인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 교사는 40대 정규직 교사로 우울증(憂鬱症) 등 정신질환으로 휴직했다가 작년 말 복직했다고 한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교원 수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우울증 진료를 받은 초등학교 종사자는 9,468명, 중등학교 종사자는 4,475명이었다. 초등학교 종사자 1천 명당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19년 20.0명, 2021년 23.2명, 2023년 37.2명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중등학교 종사자도 2019년 17.6명, 2021년 20.5명, 2023년 28.8명으로 계속 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 병력(病歷) 교원에 대한 교육 당국의 부실한 관리도 문제로 대두되었다. 교원의 휴직 및 복직 관련 예규(例規)와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상 질병 휴직 중인 교원의 복직 여부는 해당 교사가 제출한 병원 진단서 소견에 따른다. 진단서 상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없다는 의사 판단만 있으면 원칙적으로 복직이 가능하다. 정신질환을 가진 교원을 대상으로 직권 휴직·면직 조치가 가능한 교육청의 ‘질환교원심의위원회’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질환교원심의위는 정신·신체적 질환을 가진 교원의 직무수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로, 질환 교원에 대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심의 요청이 가능하다. 공격성을 보이거나 증세가 심한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는 분리 조치가 필요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온정주의(溫情主義)가 있어 해당 교사를 직권 휴직시키는 등의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편 우울증이 있다고 모든 교원이 가해자와 같은 행위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교사의 정신질환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치료나 휴직 등 회복 지원 과정 후에도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교내 구성원들의 다면 평가와 외부 전문가 평가 등을 통해 자격을 제한하는 객관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과 폭력 사이에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통계도 있다.
정신질환(Mental Disease, Mental Disorder)이란 정신 기능에 이상을 나타내어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잦은 지장을 초래하는 병적 상태를 말한다. 정신과를 의미하는 단어인 ‘psychiatry’는 고대 그리스어로 ‘영혼(靈魂)’을 의미하는 단어와 ‘치료(治療)’를 의미하는 단어를 합쳐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정신과에서 치료하는 질병은 많고 다양하다.
정신병과 정신병자(精神病者)라는 단어가 매우 부정적인 뉘앙스(nuance, 느낌이나 인상)가 있기 때문에 ‘정신질환’과 ‘정신질환자’로 순화해 사용하고 있다.정신질환은 뇌(腦)에 기반 한다는 점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지만, 의외로 그 원인에 대한 연구가 되어 있고 치료 방법도 여러 가지가 나와 있는 병이기도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산업혁명(産業革命) 이전에는 정신질환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 백성에게는 없었다. 역사에서 폭군(暴君)이라고 기록된 이들 중 상당수는 심각한 정신질환을 겪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의 정신건강의학으로 볼 때 왕위에 오르면서 편집성, 성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이 발병하였고 망상, 의심, 환각 등의 행동 이상이 악화되면서 무자비한 폭군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정신질환을 기질성(organic)과 비기질성(non-organic)으로 나누어 뇌의 문제가 있은 정신질환과 뇌의 문제가 없는 순전히 심리적 문제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구분하기도 하였으마 현대 정신의학은 이런 구분을 사용하지 않으며, 모든 정신질환은 뇌의 문제로 본다. 정신질환의 진단 기준은 미국 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가 출판하는 편람(DSM)이 정신질환의 진단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DSM-5 기준 정신질환 분류는 다음과 같다. ▲신경발달장애, ▲조현병 스펙트럼 및 기타 정신병적장애, ▲양극성 관련 장애, ▲